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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죽음아, 너는 죽으리라!" (존 던)

죽음아, 뽐내지 마라, 어떤 이들은 너를 일러

힘세고 무섭다고 하지만, 실상 너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네가 멸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죽지 않기 때문이다. 불쌍한 죽음아, 또한 너는 나를 죽일 수 없다.

단지 너의 영상에 불과한 휴식이나 잠으로부터, 

많은 쾌락이 흐르니, 그러니 네게서 더 많은 쾌락이 흘러야 하리,

...

... 그런데 너는 왜 으시대는가?

짧은 한 잠이 지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나리,

그리고 죽음은 더 이상 없으리. 죽음아, 너는 죽으리라. 


- 존 던, '거룩한 소넷 X', (<존 던의 거룩한 시편>, 김선향 편역, 청동거울)


성공회 사제이자 시인이었던 존 던(John Donne, 1582-1631)은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교회 조종(弔鐘) 소리를 듣거든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 종 소리인가?" 굳이 알아보려 하지 말라고 설교했다. 


인간은 외딴 섬들 같이 서로 떨어져있는 존재들이 아니요("No man is an island"), 다 하나로 연결된 대륙과 같아서, '그'의 죽음은 곧 '나'의 죽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 최인호 선생님의 소천 소식은 내게 특별한 소식으로 다가왔다. 그 소식은 마치 내게, 

<샘터>에 실리는 그의 재미난 '가족' 이야기를 착한 웃음을 웃으며 읽던 어린 시절의 나도 

이미 죽었음을, 

죽어 여.기.없.음.을. 말해주는 조종(弔鐘) 소리 같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래, 나도 죽어가고 있다--하루 하루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죽음을 맞으며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은 

조종 소리를 듣고 교회당에 모인 우리 '죽을 인생들(mortals)'을 향해 

사제가 선포하는 우렁찬 복음의 말씀 같았다. 


"주님이 오셨다."


그렇다. 그렇다! 

주님을 맞이한 것이다!

 

그는 죽음을 맞은 것이 아니다! 

신앙인 최인호 작가는 죽음을 맞지 않았다--다만 주님을 맞이했을 뿐! 


어떤가,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 하리라" 

하신 말씀, 그대로이지 않은가?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하는 외침, 그대로이지 않은가?


"주님이 오셨다."


주님이 오시면

죽음은 없다. 

물러간다. 


죽음에 빼앗겼던 모든 것이 다 회복되리라. 


착한 웃음 짓던 나도 다시 살아나리라. 


'그'가 다시 사셨기 때문이다. 


/ 이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