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을 피우는 책읽기

<산책길 Webzine> 제2호 여는글 (웹진 보기)




      얼마 전 집 근처의 '로즈 가든'이라는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쌀쌀한 날씨 탓에 장미꽃은 아직 가지 속에서 겨울잠에 빠져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 중 바다가 훤히 보이는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여인이 눈에 띄었다. 그녀가 앉은 곳은 오륙 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벼랑 위의 난간이어서 뒤쪽에서는 쉽게 올라 앉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아찔한 비탈이었다. 오후의 태양에 책을 읽다가 잠깐이라도 졸면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는데, 그녀는 바다를 향해 홀로 앉아서 조용히 독서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주 앉은 아름다운 경치, 오후의 따스한 햇볕, 차가운 바람, 그리고 졸음을 쫓아내는 가파른 절벽이 그 여인의 독서에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독서는 책만 갖고 하는 것이 아니다. 신문이나 요리책에서 잠깐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읽는 책이 나를 읽고, 그 상호적인 읽음 속에서 변화와 성숙이 일어나기 원한다면 책읽기를 위한 좋은 환경 조성과 방법의 선택이 필요하다. 마치 장미꽃을 가꾸고 피우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때와 장소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물론, 독서라는 씨앗을 뿌리기 전에 흙을 부드럽게 가꾸고, 씨앗을 뿌린 뒤에도 지속적으로 물을 주고 해충들로부터 지켜줘야 한다. 원예에 관심과 경험이 있는 좋은 동역자를 만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번 호의 특집으로 "존 웨슬리의 영적 독서를 위한" 조언을 선정하였다. 이 글은 존 웨슬리가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요약본을 간행하면서 독자들을 위해 제시한 영성 고전 독서의 실제적인 지침들이다. 새결새김(남기정)이 번역하고 새기는 글을 함께 달았는데 오늘날 다른 영성 고전들을 읽을 때에도 유익하게 적용되리라 믿는다.  


     이와 함께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이하 횃불)에서 영성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강학 교수와의 인터뷰도 영성 고전 독서에 관한 좋은 제안을 담고 있다. 그는 영성 고전 읽기를 렉시오 디비나의 방법으로, 곧 영성 훈련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실천하기를 권면한다. 더불어 이 인터뷰에는 이강학 교수가 기계설계학과(기설과)에 들어가서 기도와 설교(기설)를 전공(?)하며 자신의 부르심을 찾아가는 개인적인 영적 여정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또한 횃불에 개설된 영성 과목(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목회자를 위한 영성지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제언 등도 수록되어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4개월 간 게재되었던 <한 줄 묵상> 중에서 좋은 글들을 골라 '다시 새기는 <한 줄 묵상>'으로 묶었다. 요즘은 장마 후의 계곡 물에 실려가는 나뭇잎들처럼처럼 가치 있는 좋은 글들도 빠르게 눈앞을 지나가고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쉽다. <한 줄 묵상>을 다시 읽고 깊이 묵상한다면 이 작품들이 왜 오랫동안 읽혀온 '고전'인지를 느끼게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을 통해서 독자들께서 자신의 영성 고전 독서 습관을 돌아보고 향상시킴으로 인해, 올 한 해 독자들의 삶에 아름다운 장미가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바람연필






글 싣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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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 장미꽃을 피우는 책읽기 (바람연필)


특집 : 영성 고전 독서를 위한 조언


고전의 흙, 시의 꽃


'한 줄 묵상' 다시 새기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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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내다


    보통 숲속의 오솔길이나 바닷가의 해변길은 처음부터 계획하고 닦은 길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다니는 발자국을 따라 자연스럽게 난 길이다. 이곳 <산책길>에 실린 글들과 카테고리들도 마찬가지이다. 블로그가 시작된 지난 7월 이후 여러 가지의 글들이 실험적으로 게시되었고, 그 글들을 묶고 배치하다 보니 지금의 카테고리들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나무가 가지를 치듯이 영성 고전에 담긴 가치 있는 유산들을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산책길 Webzine> 첫 번째 호의 특집을 '영성 고전을 새기는 다양한 길들'이라는 주제로 각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글들로 묶어 보았다. 


     특히 '고전과 현대 이슈'의 "큐리오시티" (산처럼)는 최근의 화성탐사선의 이름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호기심(curiocitas)과 면학심(studiositas)을 탐구한 통찰력 있는 글이다. 이글의 필자는 고대 어거스틴의 글을 통해서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지식을 넘어선 '경이로움'(wonder)으로 인도한다. 다음으로 '고전의 흙, 시의 꽃'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꽃이 핀다"는 영성 고전 독서와 삶의 경험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의 사막의 꽃과 같은 시이다. 예로부터 사막은 물리적으로는 불모지이지만, 영적으로는 하나님만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비옥한 토양으로 여겨져 왔다. 시적 화자는 사막과 같은 삶의 환경 속에서도 고독과 영적 황량함(desolation)을 전 존재로 삼켜냄으로써 극복해 내려는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여러 카테고리들 중에서도 현재 필자들이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은 '한 줄 묵상'이다. 기독교 영성 고전 중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구절들을 맛있게 요리(번역, 해설)하여 대접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날마다 읽는 성서의 말씀을 주식(dinner)이라고 생각한다면 영성 고전 묵상을 간단한 식사(lunch) 정도로 여겨도 되겠다. 지난 9월에는 필자들이 부지런을 떨어 요리(한 줄 묵상)를 매일 대접하였으나, 그러다 보니 회전초밥집에서 계속 밀려오는 음식들을 충분히 맛보지 못하고 지나쳐 보내는 것처럼, 고전을 충분히 씹지 않고 삼키기에 바쁜 듯한 느낌이 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 두 달 간에 게시된 '한 줄 묵상' 중에서 다시 음미해 보아도 좋을 글들을 선별하여 묶어 보았다.


     또한 독자들께서 급하게 '음식'을 드시다가 체하지 않도록, 그리고 필자들이 '가사노동'에 너무 시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속도를 조금 늦추어 시월부터는 '한 줄 묵상'을 일주일에 서너 번 정성껏 요리하여 상에 올리고 있다. 그리고 하루에 한 편 이하의 글로만 상을 차리고 있다. 그 음식들을 먹고 음미하는 것을 독자들의 몫이다. 독자들께서도 <산책길> 블로그라는 상에 차린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고 댓글이나 방명록 등을 통해서 평이나 의견 등을 남겨 주신다면 부족한 필자들의 요리실력과 상을 차리는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산책길'은 필자들만이 다니는 비밀 통로가 아니라 필자와 독자가 길벗이 되어 함께 걸을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공동의 길이라는 사실이다. 


편집자 바람연필


* <산책길 Webzine> 제1호 여는글 (웹진 보기)




목차


여는 글 : 길을 내다 (바람연필)


특집 : 영성 고전을 새기는 다양한 길들

'한 줄 묵상' 다시 새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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