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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이런 나라를 꿈꾼다 (길선주)

"성취국의 도성은 견고하여 도적이 능히 엿보지 못하고, 임금과 신하가 다 거룩하여 성현 군자와 같이 어질고 자애로우며, 영웅 열사의 용맹한 기상이 늠름하여 서로 사랑하고 서로 화답하니 국가의 모든 일들이 형통치 아니함이 없다. 그래서 국민들의 생활은 극히 부요하여 만물이 풍족하고 사람들은 모두 호걸이다.  …… 세상이 태평하고 평화로우니 한 마디로 말하자면 문명세계요 자유강산이로다."


길선주 (1869-1935), 《만사성취》 제25장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가지고 있고,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일평생 동안 노력을 한다. 그래서 길선주 목사는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개작(remake)한 그의 책 《만사성취》에서 사람의 삶을 '소원성'에서 '성취국'으로, 더 나아가 '영생국'으로 가는 영적 여정으로 그렸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성취의 나라는 개인이 자신의 이기적인 꿈이나 욕망을 이룬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길선주 목사가 꿈을 꾼 나라는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자유의 나라이다. 마치 이사야 선지자가 그린 것과 같은 하나님이 새롭게 창조하시는 평화의 나라이다 (이사야 65:17-25). 


그런데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조선이 일제에 강제로 합병을 당한 직후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성취국에 대한 묘사를 다시 읽어 보면, 길선주 목사가 그린 성취의 나라는 조선의 백성들이 억압과 침탈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독립된 나라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영적, 도덕적 안내도가 바로 《만사성취》이다. 이는 당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리에 읽혀졌던 이유를 설명해준다. 


길선주 목사는 해방이 되기 전에 돌아가셨기에 그가 꿈꾸던 성취의 나라를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다. 이 책이 쓰여진지 약 백 년 후를 살아가는 우리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오래이지만 우리 나라에는 여전히 고통, 억압, 불의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어쩌면 길선주 목사가 꿈꾸던 성취의 나라는 이땅에서 완벽하게 건설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평화롭고 자유로운 나라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가 누구에게 나라의 통치권을 맡겨야 할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참여해야 할 이유이다. / 바람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