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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지극히 세상적인 일 (디트리히 본회퍼)

"당신들이 가는 길은 먼저 어디까지나 당신들이 선택한 길입니다. 당신들이 지금까지 했고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첫째로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은 오히려 전적으로 세상적인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들은 당신들 자신이 그리고 당신들만이 누구도 당신들 대신에 져줄 수 없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Dietrich Bonhoeffer 1906-1945), Letters and Paper from Prison (옥중서신), 문익환 역, '옥중에서 결혼식을 위한 설교문' 중.




Sns에 올라온 '친구들'의 글을 읽으며 여러 단상을 '훔쳐보는데' 문득 수년 전 나의 제자였던 한 전도사님이 ― 말 없이 글쓰기를 좋아하던 중학생 소년이 이제는 신학교 학부생이 되었다 ―  '글'에 눈이 멈추었다. 그는 그 글에서 '종교 행위'로만 머무는 동료들의 행태를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의 글내용은 이렇다. 시험 한 시간 전, 마지막 '초치기'를 위해 강의실(시험장소)에 도착했더니 10여명의 무리들이 의자를 빙두르고 열정을 다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는 것. 방해가 되지 않게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아 마지막 시험준비를 하는데 그들은 그들 나름의 시간을 갖고 삼삼오오 뿔뿔이 흩어졌다는 것. 그러나 누구하나 다시 그 의자를 원위치로 돌려놓고 가거나 정리하고 간 사람이 없다는 것. 그것 때문에 그 신학생은 우리에게 물었다는 것. "기도하는 것이 그리고 신앙하는 것이 왜 종교적인 행위여야만 하는가? 지극히 세상적일 순 없는가? 남을 배려하고 용납하고 내가 한 것에 책임 지는 것 아니 적어도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이제 그 중학생 소년이 나의 스승이 되어 내게 꾸짖는다. '너의 신앙은 너의 말과 설교에 책임을 져야하지 않는가? 곧 지극히 세상적이어야 하지 않는가?'/ 나무잎사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