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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생활/예술과 영성

정의를 비처럼 내리게 하라 (Roráte Caéli-대림절 찬송)

 하늘들아, 위로부터 이슬을 내려라. 그리고 구름들이 정의를 비처럼 내리게 하라!

Roráte caéli désuper, et núbes plúant jústum.

- 대림절 찬송 "Rorate Caeli"에서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오랜 가뭄 끝에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수 년 동안 가뭄을 겪으니 이 노래에 담긴 기다림이 얼마나 간절한지 좀 더 마음에 와닿는다. 이 노래는 아주 오래전부터 독일어권의 교회들을 중심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그레고리안 성가(Gregorian chant)이다. 주로 대림절(Advent)에 가톨릭 교회에서 불려졌으며 메시야의 오심을 대망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모두 4절로 이뤄져 있으며, 이사야 45장 8절의 라틴어 번역(Vulgata)에서 가져온 첫 구절(위의 인용구)이 후렴구로 반복된다. 1절과 2절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이들(기도자들)의 죄를 고백하고, 예루살렘이 폐허가 되었음을 호소한다. 3절에서는 메시야에 대한 기다림이 절정에 이르고, 4절에서는 하나님이 백성들의 호소에 대답하신다. 3절과 4절의 가사를 의역해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3. 오, 주님! 당신의 백성이 겪는 고통을 보소서. 그리고 당신께서 약속하신 그를 보내어 주소서. 땅의 통치자, 어린양을 보내소서. 사막의 바위로부터 시온의 딸의 산으로 보내소서. 그래서 그가 포로된 우리의 멍에를 벗기게 하소서.


4. 위로를 받으라, 위로를 받으라, 나의 백성아. 너의 구원이 속히 임할 것인데, 왜 슬픔 속에서 쇠약해지겠느냐? 왜 슬픔이 너를 사로잡았느냐? 내가 너를 구원할 것이다. 두려워 말라. 왜냐하면 내가 너의 하나님,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 너의 구원자이기 때문이다.


수천 년 전,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유다 백성들은 자신들을 슬픔과 고통에서 건져낼 메시야를 간절히 대망하였다. 그리고 과거에 그리스도께서 오심을 기념하고, 미래에 다시 오실 것을 기대하는 대림절에, 그리스도인들은 이 노래 "Rorate Caeli"를 부르며 주님이 현재적인 고통에 있는 이들을 건져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해왔다. 오늘날도 우리는 정의가 메마른 고통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하늘을 향해 "너 하늘들아, 위로부터 이슬을 내려라. 그리고 구름들이 정의를 비처럼 내리게 하라!"고 명령하시는 주님의 목소리가 하늘과 땅에 울려퍼지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  권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