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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하나님의 아들도 넘어졌습니다 (노리치의 줄리안)

아담이 넘어졌을 때, 하나님의 아들도 넘어졌습니다.

'When Adam fell, God's Son fell'

 

 

노리치의 줄리안(Julian of Norwich: 1342 – c.1420),《하나님 사랑의 계시 Showings》, LT, ch. 51.

 

줄리안이 그토록 어려워 하던 계시였던 '주인과 종에 관한 비유'의 한 구절이다. 줄리안은 자그만치 20여년을 자기 눈에 보여진 계시를 이해하기 위해 기도하고 묵상하고 하나님과 대화한다. 당시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고, 100년 전쟁, 농민 혁명, 아비뇽의 유수 등으로 극심한 혼란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 생각하며 절망했다. 

 

우리는 무엇인가 비극적인 일이 우리 가운데 생길 때에 누군가의 죄, 혹은 우리 자신의 죄를 보며 절망한다. 수많은 아이들의 죽음을 몰고 온 선장과 선원들의 몰염치와 국가 기관이 무기력함, 침몰하는 배를 바라보며 절규하는 부모들의 모습과 수많은 장비들을 손에 든 채 그저 바라만 보는 사람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며 분노하고 절망하고 한탄하며, 그리고 운다. 


그런데 주님은 결코 절망하지 않으신다. 아담이 깊은 수렁에 빠졌을 때, 주님은 더 깊은 인간의 자궁 속으로 떨어져 사람이 되신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육신 가운데 거하신다. 절망 밖에 계신 것이 아니라 어두운 절망 속으로 들어와 희망의 불을 밝히신다.


침몰하는 세월호를 바라보는 것이 침몰하는 우리 나라와 혹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양 너무 힘들기만 하다. 이 수렁에서 벗어날 길을 찾기엔 현실의 모습은 깜깜하기만 하다. 그래서 우린 우리의 절망 속으로 넘어지신 그분을, 여전히 우리와 함께 거하시고 바라보시며 건져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보지 못 할 때가 많다. /정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