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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땅 자매가 드리는 찬양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찬양 받으소서, 나의 주님, 우리의 자매인 어머니 땅(Mother Earth)을 통하여,

땅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우리의 삶을 관리해줍니다,

그리고 땅은 색깔을 지닌 꽃들과 식용 풀잎들과 함께 다양한 과일을 만들어냅니다.[각주:1]


- 아씨시의 프란치스코(Francis of Assisi, 1181-1226), <피조물의 찬가 (The Canticle of the Creatures)> 중에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는 땅이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을 노래한다. 이 땅은 지구이기도 하고 흙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가 보기에 땅은 어머니이다. 흙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낳아 기른다. 동시에 땅은 자매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생명을 낳아 기르고 유지하는 일 자체가 땅 자매가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이다. 봄에 우리는 땅에 뿌리를 박고 올라오는 귀여운 풀잎들, 새로 자란 나뭇가지 끝에 열리는 꽃봉오리를 보며 땅의 찬양을 듣는다.


땅을 묵상할 때, 우리는 어머니를 만난다. 땅을 묵상할 때, 우리는 어머니를 배운다. 땅을 묵상할 때, 우리는 하나님이 어머니시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현대 문명은 반()흙 문명이고, 현대인은 불안하다. 땅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이고 사람들은 고층아파트에 산다. 도시는 흙을 싫어한다. 사순절 첫날에 우리는 이마에 십자가를 그리며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세기 3:19)는 말씀을 들었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한편으로 죽음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흙으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아이를 학대한 칠곡의 계모가 땅을 묵상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어머니 땅의 찬양 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을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주님, 땅을 묵상할 기회를 상실한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 이강학



  1. Praised by You, my Lord, through our Sister Mother Earth, who sustains and governs us, and who produces various fruit with colored flowers and herb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