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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물 자매가 드리는 찬양!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물 자매로 인하여 나의 주님 찬양 받으소서,

그녀는 대단히 도움이 되고, 겸손하며, 소중하고, 순수합니다."

(Praised be my Lord for sister water,
which is greatly helpful and humble and precious and pure.)

-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Francis of Assisi, 1182-1226), "태양의 찬가"(The Canticle of the Sun) 중에서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방문 중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그 도시의 이름을 성인인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에서 따왔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글을 읽으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최근에 샌프란시스코가 속한 캘리포니아 주는 두 달 이상 비가 오지 않아서 가뭄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일 년 중 겨울철에 서너 달 동안만 비가 온다. 그 물을 저장해 놓았다가 일 년 내내 사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비가 오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다. 거의 매일 신문에 가뭄과 관련된 기사가 실렸다. 단수조치가 시작될 도시들의 이름이 나열되었다. 또 가정에서 물을 아껴 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아이디어들이 제시되었다. 평소에 너무 물을 흥청망청 써온 것에 대해 자기 반성을 촉구하는 글도 있었다. 사람들의 대화는 항상 비가 안 와서 걱정이라는 말로 시작했다. 기독교인들은 만날 때마다 하나님께 비를 내려주시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안개비가 내리는 듯하더니 거짓말처럼 일주일째 계속 비가 오고 있다. 기도에 대한 응답일까? 얼마나 반가운지! 샌프란시스코의 물 자매는 매우 부드럽다. 두려운 마음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산을 쓸까 말까 망설이게 된다. 얼마나 겸손한지! 캘리포니아의 동쪽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지금 엄청난 양의 눈을 모으고 있을 것이다. 여름이 오면 그 눈이 녹은 물로 캘리포니아 사람들과 나무들과 동물들이 목마름을 해갈한다. 얼마나 삶에 도움이 되는지! 또 얼마나 소중한지! 오랜 가뭄으로 먼지에 뒤덮인 차들도 다시 비로 인해 말끔해졌다. 얼마나 순수한지! 기다림과 목마름이 큰 만큼 오는 비가 반갑다. 물을 자매라고 부른 프란치스코가 조금 이해가 될 듯하다. 물 자매로 인하여 주님을 찬양합니다! 주님, 물 자매가 드리는 찬양을 받으소서! / 이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