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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영혼의 나무 (마카리우스)

사람의 마음은, 마치 수많은 가지들과 잔가지들로 이루어진 나무와 같다. 우리 영혼의 나무에는 수많은 생각의 가지들, 계획과 의도의 가지들이 있다. 그런데 그중 어떤 가지들은 사탄에게 장악되어 있다.

- 마카리우스(Macarius of Egypt, c.300-390) 지음, 이후정 옮김, 《신령한 설교》 (서울: 은성), 26.9.


사람의 마음이 수많은 가지들을 가진 나무와 같다는 이 말이, 사람의 뇌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뉴런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현대 과학의 주장과 통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하면 너무 지나친 주장일까? 아무, 우리 마음 혹은 영혼이 수많은 가지들을 가진 나무와 같다고 본 4세기 영적 거장의 통찰은 놀랍다.

 그 영혼의 나무 중 일부가 사탄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는 말은 더더욱 놀랍다. 마카리우스는 상당한 수도 생활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연단하고 정화한 수도자들조차, 그들의 마음속 어딘가엔 여전히 사탄의 유혹과 공격에 장악당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이 거룩한 도성에 이르기까지(26.23), 우리의 영혼이 그리스도의 완전한 사랑에 빈틈없이 연결되기까지(26.16; cf.3:18), 사탄이 우리 영혼의 어딘가를 장악하는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데, 마카리우스에 말에 따르면, 이렇게 우리 영혼 한 켠이 사탄에게 장악당하는 것을 주님께서도 바라신다는 것이다(26.15)! 주님은 왜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의 영혼을 사탄이 공격하도록  허용하시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를 훈련시키 위함이라고 마카리우스는 말한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이던 우리들이 악한 영향력과의 싸움을 치르면서 점점 단련되어서 강하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26.15). 이를 위해서 주님은 우리의 고군분투를 늘 지켜보신다. 그리고 그때 그때 필요한 은총과 은사들을 더하여 주신다(26. 24). 이러한 싸움은 분명 쉬운 싸움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님께서 주시는 은사들을 가지고 사악한 영향력들의 맹렬한 공격을 이겨내고, 우리 속에서 그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고 우리 마음을 순전하게 하는 일을 이루게 될 것이다(26.24). / 남기정